게시판 | 공지사항 | 회복의 기도모임
   
 
 
 
 
목마르거든 236호 중 "두 번째 용서" - 김건수 변..
두 번째 용서
김건수/ 변호사

십오 년 전에 지방에서 2심인 형사 항소부 재판장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어느 선고 재판 전날 밤에도 평상시와 같이 다음날 선고 사건을 정리하다가 직전에 들어온 여러 탄원서를 보게 되었다. 그중에서 추운 겨울에 처와 아들이 사는 집에 전기료 연체로 전기가 끊겨 추위에 떨고 있고, 아들 우윳값도 없는데 자기 아니면 처자를 구해줄 사람이 전혀 없으므로 선처를 간절히 기도한다는 내용의 탄원서가 눈에 띄었다. 변호인도 국선인 걸 보니 그 사람의 어려운 상황이 짐작되었다.
작성된 판결서와 피고인의 기록을 놓고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상습적으로 절도한 경우에는 특별법에 의해 징역 3년 이상을 선고해야 했는데, 여러 정상이 있으면 판사가 재량으로 절반을 깎아줄 수 있는 형법 규정에 의하여 1년 6개월을 선고하기도 하였다.
탄원서의 주인공은 이미 상습절도로 징역 1년 6개월에 3년간의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받아 그 유예 기간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다시 상습절도로 재범하였으니 항소심에서도 법의 원칙상 더 선처할 방법이 없어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항소기각이 선고되면 피고인은 집행유예가 취소되어 1년 6개월 형도 같이 살아 합계 3년을 복역해야 하는 처지가 되는 것이었다.
피고인의 딱한 사정은 이러했다. 한국의 외환위기로 회사를 퇴직하게 되었고, 무역업 등을 하다가 부도가 나서 너무나도 어렵고 곤궁한 상태가 되었다. 취업 기회를 물색하던 중에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학생들의 지갑을 훔친 혐의로 전과가 생겼다. 그 재판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지방에 일이 있어서 왔다가 비슷한 유형의 절도를 저지른 것이 이번 사건이었다.
별다른 방법이 없기는 하였지만, 머릿속에서는 추위에 떨고 있을 그의 가족이 지워지지 않았다. 밤새 고심하던 끝에 일단 다음날 재판에서 변론을 재개하고, 그 부인을 증인으로 불렀다. 다음 기일에 그녀가 출석하여 피고인의 탄원서 내용과 일치하게 인생행로와 현재 상황을 진술하였다. 이들을 도울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일단 공판 관여 검사에게 현재까지의 모든 내용을 고려하여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 달라고 하였다. 검사는 결재도 어렵고 마음대로 할 수도 없으나 검토하겠다고 하였다.
그 후에 성령께서 역사하셨음이 분명한 일이 일어났다. 공판검사도 재판과정을 보고 긍휼한 마음이 있었던지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상습절도에서 징역형도 더 가볍고 벌금형도 규정되어 있는 일반절도로 공소장을 변경하였다. 지금 같으면 아마 어떤 공판검사도 이러한 변경을 하는 것이 어려우리라. 재판부는 다시 합의하여 일반절도에 규정되어 있는 벌금형을 선고하였는데, 그것도 돈을 더 낼 필요가 없도록 구속 기간에 맞춘 액수로 금액을 정하였고 피고인은 바로 석방되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곤경에 빠진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주신 성령님께서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 것이었다.
벌금형을 선고하고 석방하면서 정말 어려운 재판이었으므로 다시는 이런 죄를 짓지 말라고 당부한 기억이 난다. 지금은 그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주님께서 품어 주시고 다시는 범죄의 길로 가지 않게 하셨으리라 믿는다.
주님의 말씀대로 감옥에 갇힌 자 중에 혹시라도 억울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여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했을 뿐인데, 밤늦게 그 탄원서를 보게 하시고 성령님께서 마음을 열게 해 주시고, 또 공판검사의 마음도 움직이신 것이 지금도 놀랍다. 나도 또 어느 누구도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번호 제목 공지날짜 조회수
274  목마르거든_재판 참여_ 김건수 / 변호사  2016-05-13 13,035 
273  목마르거든_문무겸전(文武兼全)_김건수/ 변호사..  2016-05-13 10,102 
272  목마르거든 제237호 - "들..  2016-03-13 11,310 
271  목마르거든 236호 중 "두 ..  2016-02-25 9,945 
270  2016 새해 편지(이기원 목사)  2016-02-05 10,951 
ⓒ1997. SaRang Church All Rights reserved.
(06655)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121 사랑의교회 / 대표전화 : (02) 3495-1000~4  약도